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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활동] ‘토큰증권 시대’ 막 오른다 [헬로, 크립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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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킥오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초 ‘토큰증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자본시장을 통해 사업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토큰증권이 뭔지부터 짚어보자. 우리가 아는 주식은 원래 종이로 된 증서였다. 이것이 컴퓨터 장부에 기록되는 지금의 전자증권으로 바뀌면서 거래가 한층 편리해졌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것이 토큰증권이다. 주식은 회사라는 상자를 여러 조각으로 쪼갠 것이다. 상자에는 공장과 기술력과 브랜드 같은 유무형의 자산이 담겨 있다. 이 상자를 수백년에 걸쳐 법으로 다듬어왔다. 주주의 권리, 이사회의 의무, 배당의 절차가 법전에 빼곡히 적혀 있다. 그 덕에 어떤 회사의 주식이든 같은 시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거래하고 투자할 수가 있다. 미술품이나 부동산에 여러 사람이 투자하려면 어떻게 할까. 미술품을 가진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의 주식을 쪼갠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건물 자체를 쪼개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가진 회사를 만들어 그 회사의 지분을 나눈다. ‘리츠’ 같은 방식인데, 결국 주식이라는 기존 제도의 상자에다 다른 걸 담아서 쓰는 셈이다.


토큰증권은 이런 우회 작업 없이 자산의 권리를 직접 쪼개겠다는 시도다. 블록체인 기술이 자산별로 다른 수익 분배 규칙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실행하니, 굳이 회사라는 상자를 빌리지 않아도 된다. 이러면 증권화의 문턱이 낮아진다. 기존 방식에서는 회사를 세우고, 회계 감사를 받고, 이사회를 꾸리는 등 상자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만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작은 규모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애초에 증권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토큰증권은 중간 과정을 줄이고 수익 분배와 권리 이전을 자동으로 처리해 운영 비용을 낮춘다. 그 덕에 소규모 사업자도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 금융위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새 법을 만든 성과는 분명하다. 먼저 블록체인으로 증권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방식, 즉 토큰증권이 법적 근거를 얻었다. 토큰증권은 증권의 ‘형식’이다. 종이 증서, 전자증권에 이은 세번째 형식인 셈이다. 이 새로운 형식에 담길 ‘내용’도 넓어졌다.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증권을 증권사를 통해 유통할 수 있게 됐다. 투자계약증권이란 앞서 말한 것처럼 미술품이나 한우 같은 자산에 함께 투자하고 결과를 나누는 약속을 증권으로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증권을 발행한 회사가 직접 투자자를 찾아다녀야 했지만, 앞으로는 증권사가 중개할 수 있다. 토큰증권이라는 새 상자와,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새 내용물이 만나는 것이 이번 제도의 핵심이다.


그런데 법을 뜯어보면 빠진 것들이 있다. 증권 인프라 전문기관인 예탁결제원 출신으로 토큰증권 법제를 분석해온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변호사는 두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투자계약증권 사업자들은 이전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정부 인가를 갖춰야 한다. 이전엔 투자자 모집 때나 부정거래행위 등에서만 증권으로 취급받았는데, 새로 통과된 법으로 정식 증권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인가를 받으려면 최소 자기자본 요건이 무려 250억원이다. 둘째, 미술품이나 부동산을 전문기관에 맡기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나누는 증권(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발행 근거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대로는 이전처럼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을 계속할 근거가 약해진다. 법 통과 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예탁결제원, 업계, 학계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꾸려 세부 규정을 만들겠다고 했다. 법이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근 1년의 시간이 있다. 그 안에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위한 현실적인 자본금 기준을 마련하고, 빠진 법적 근거를 채우면 된다. 금융위 말대로 중소기업, 소상공인도 주인공이 되는 제도가 완성되길 바란다.


링크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249395.html